툇마루가 되는 일

                                               안도현


혼자 방에 엎드렸다가 누웠다가 벽에 좀 기대어 있어봐도
시는 안되고,
여자든 술이든 어쨌든 귀찮다는 생각만 나는 오후,
나는 툇마루로 나갔다

나는 맨발이었고,
마루를 밟는 발바닥이 따뜻했다
아버지가 군불 때고 들어와 내 어린 발을 잡아주시던
그 옛날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아득해져서, 나 혼자밖에 아낄 줄 모르는 나도
툇마루가 될 수 있나,
생각했다

툇마루가 되어서
누구에게 밤하늘의 별이 몇 됫박이나 되는지 누워 헤아려보게 하나,
언제쯤이나 가지런히 썰어놓은 애호박이 오그라들며 말라가는 냄새를 받쳐들고 있게 되나,
자꾸 생각하게 되었다

때로는 빗물이 훌쩍이며 콧물을 찍어바르고 가고
때로는 눈발이 비칠거리며 찾아와 흰 페인트칠을 해놓고 가고
때로는 햇볕이 턱하니 한나절 동안 걸터앉았다가 가는
툇마루가 되나,
나는, 하면서
자꾸자꾸 생각하다보니

그게 뭔가 될 것도 같았다
그렇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