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선거에서 졌습니다.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의 사랑에 보답하지 못하고 낙선자가 되었습니다. 감히 변명할 자격도 없습니다.

현실은 저에게서 서울 교육 변화시킬 교육감의 꿈을 앗아갔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시민 교육감’ 과 ‘민주 교육감’의 사명이 각인되었습니다. 인간 교육의 실현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시대의 명령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선거 결과를 접하면서 처음에는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공약을 준비했고, 열심히 노력했고, 시민들의 지지가 뜨거웠기에... 투표에서 제가 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저의 교육 철학과 정책을 제대로 알리며 충분히 지지를 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꿈과 행복을 잃어 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제대로 공감되지 못하는 것 같아 가슴 아팠습니다. 경쟁위주 교육보다 창조적 인간교육이 더 필요함을 충분히 알리지 못했습니다. 낡은 이념 논쟁과 흑색선전, 그리고 부당한 언론의 자극적 단어에 흔들리는 시민들과 낮은 투표율 등등에 울분이 솟았습니다. 청렴과 철학 보다 근거 없는 색깔 입히기와 낙인찍기가 교육감 선택의 우선순위가 되어 버리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은 어두운 곳에 시선을 두며 누군가를 향해 비난의 언어를 쏟아내기보다, 다시 한 번, 시민 여러분에게 눈을 돌려 반성의 언어를 가다듬어야 할 때임을 알고 있습니다. 호소력 있는 홍보나 세련된 정책을 준비하지 못한 저의 치밀함 부족이 실패의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저는 더 강하지 못 하였고, 더 지혜롭지 못 하였습니다. 변화를 이야기 하면서도 저를 지지해 주신 분들에게는 더 확고한 변화의 확신을, 저를 반대하셨던 분들에게는 새로운 변화의 희망을 제대로 심어드리지 못 한 것입니다. 부자와 서민, 강남과 강북, 보수와 진보 ... 서울 시민이 둘로 극명하게 갈라지는 것을 온 몸으로 막아내지 못 하였습니다. 진실과 희망의 깃발을 펼쳤지만, 그 깃발을 들어 올리는 장대는 높지도 단단하지도 못했던 것입니다. 남을 탓하기보다 내가 먼저 변해야 함을 통감합니다. 저는 이제 새롭게 태어나고 싶습니다.

제 마음속에 아쉬움이 가득한 것도 사실이지만, 보람도 있습니다. 선거를 통해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이 더 많습니다. 처음 교육감 후보를 결심하고 선거에 뛰어들 때만 해도 제가 과연 천만 서울시민의 교육을 책임질 큰 그릇이 될 수 있을까 내심 걱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와 사랑을 받으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값진 계기였습니다.  

이제 저는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출마를 결정하는 순간부터 낙선 인사를 하던 순간까지 지난 몇 달 간 겪은 수고와 보람 그리고 실망과 희망을 모두 가슴에 품고 가겠습니다. 저를 지지해 주신 모든 분들의 사랑은 마음 깊이 간직하렵니다. 우리 교육의 올바른 변화를 위해 삶 속에서 더욱 노력하는 주경복이 되겠습니다.

                                                                                  2008년 8월 3일

                                                                                   주 경 복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