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한 입장

   최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공정택 후보 측에 의해 배포된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주경복 후보가 전공과목 학생들에게 A 학점 이상을 주어 성적 부풀리기를 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건국대학교는 꽤 오래전부터 교수가 학생들의 성적을 평가할 때 상대평가를 적용하면서 전공과목 가운데 20명 이하의 학생이 수강하는 과목은 절대평가를 적용해왔습니다. 2008년 1학기부터는 전공과목과 교양과목 또는 대형 강의와 소형 강의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상대평가 하도록 원칙을 바꾸었습니다.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에서 전공과목까지 상대평가를 꼭 적용해야 하는 지에 대해 그동안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논란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평가는 두 가지 기능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학업을 위해 노력한만큼 그 성과를 확인해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용기와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하나는 노력의 결과를 보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정을 추동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학생들의 성적을 평가할 때 인위적으로 비율을 정해 등급을 매기는 상대평가 방식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아무리 열심히 잘 해도 일정수만 A학점을 받고, 나머지는 억지로 B학점이나 C을 받게 되는 것이 불합리하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하지 않은 학생들이 자기보다 더 잘한 학생이 없으면 자동으로 좋은 학점을 받는 것 또한 불합리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소신은 ... 모두 잘하면 모두 좋은 점수를 주고, 모두 못하면 모두 나쁜 점수를 주는 것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자기 학생 챙기기 위해 좋은 학점을 남발하거나 권위를 지키려고 나쁜 학점을 마구 주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과목들 사이에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정한 만큼 상대평가 방식을 적용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10여명 밖에 수강하지 않아서 가족적인 분위기로 의기투합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전공 강의과목들까지 획일적으로 상대평가를 하여 인위적으로 A,  B, C, D 학점으로 나누어 배분해야 하는 것은 비교육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이번 학기에 제가 맡은 학부 강의는 세 과목이었습니다. [미디어와 언어], [비평과 커뮤니케이션], [예술과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비평과 커뮤니케이션]은 작년에 처음 설강하여 이번 학기에 두번째로 하는 강의과목이고, [예술과 커뮤니케이션] 과목은 처음 시작한  강의과목입니다. 14명과 19명이라는 적은 수의 학생들이 수강하였는데, 수강생들은 건국대학교에 신설한 커뮤니케이션학 전공에 진입하여 탐구열에 불태우는 항생들입니다. 커뮤니케이션학에 괌심이 많아 다전공으로 선택한 학생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 과목은 과제 학습이나 발표 등의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나 학생들이 모두 학생 은어로 말하면 '빡쎈' 강의 계획에 따라 열심히 한 학기를 보냈습니다. 기말 마지막 주까지 꽉 채우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교재학습, 온라인과제 학습, 연구발표, 중간보고서, 기말보고서 등 모든 평가 항목들을 성의껏 모두 열심히 하였습니다. 이러한 학생들의 성적을 인위적으로 계량화하여 차등을 주는 것에 솔직히 담당 교수로서 큰 부담을 느꼈습니다. 학생들의 노력과 성취도를 냉정하게 비교하여 서열화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비슷한 노력과 비슷한 결과를 놓고 A,B,C,D 학점 등급으로 차등화하기가 곤혹스러웠습니다. 결국, 절대평가 방식을 가미하여 동점처리를 많이 하였고, 그 결과 A+와 A라는 후한 점수로 모두 배점이 되었습니다. 

  성적 평가 방식이 전공 소형 강의까지 상대평가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예전처럼 과도기의 융통성이 용인될 것으로 믿고... 평소의 교육관과 학생들의 열의를 감안하여 절대평가 방식을 가미함으로써 상대평가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제가 교육감이 된다면 교사와 교수의 교육과정 구성권과 평가권이 존중되고 학생들의 서열화가 아니라 최대한의 잠재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8년 7월 23일

                  서울시 교육감 후보 주경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