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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8-0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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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윤수현, 박재령 기자]

▲강종구 한국일보 AI&데이터팀장이 지난달 3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재령 기자

생성형 AI 시대, 언론사가 절벽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생성형 AI가 시장에 자리 잡으면서 언론매체에도 타격이 오고 있다. AI 검색이 보편화되면서 이용자들이 언론사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는 '제로클릭' 현상이 현실화코스닥지수
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선 100% AI로 제작한 종이신문 '일 폴리오AI'가 나오기도 했다. 인터넷·모바일 혁명에도 살아남은 언론계가 생존의 기로에 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강종구 한국일보 AI&데이터팀장은 언론사가 AI에 대응하기 위해 매체 형식이나 조직문화, 수익 구조 등을 바꾸는 대대적 디지털 사이다 릴게임
전환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강 팀장은 언론사들이 AI 기업에 대가를 받고 기사를 공급하는 파트너십 계약 체결에 혈안인 가운데, 포털이 온라인 뉴스 시장을 장악한 것과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언론사가 파트너십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들에게도 변화를 당부했다. AI 시대에도 기존 업기관매수종목
무방식을 고수한다면 기자는 AI 학습 데이터인 '토큰' 생산자로 전락한다는 경고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강종구 팀장을 만나 언론사와 기자가 AI 시대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물었다. 강 팀장은 전 직장인 한경닷컴에서 '뉴스래빗'을 통해 데이터를 한눈에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기사를 선보였고, 뉴스 속 실시간인터넷알박기방송
사건을 쉽게 정리해주는 애플리케이션 '알고'를 만들었다. 2021년 한국일보로 이직한 후 한국일보의 AI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강 팀장은 오는 9월3일 미디어오늘이 주최하는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2025'에서 <뉴스미디어에 AI는 왜 다른 유행과 다를까>를 주제로 발표한다. 아래는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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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를 이용해 생성한 이미지

- AI 시대, 언론사의 현 상황은 어떻다고 보는가.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적응만 하는 것 같다. AI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빅데이터에 유튜브·클라우드까지. 디지털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지만 언론사는 유행하는 디지털 기술 포맷에 맞춘 기사를 내는 등 그때그때 적응만 했다.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는 찾기 힘들었다. 이 사이 언론계는 뉴스 회피·신뢰 하락·수익 악화 등 문제에 직면했다. 언론사의 수동적 자세가 이 같은 문제를 악화시켰다. AI 시대는 '언론계 변곡점'이다. 변화를 받아들여 AI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 시대에도, 모바일 시대에도 언론사는 살아남았는데 이젠 절벽 끝에 섰다고 본다. AI는 인터넷·모바일에 버금가는 변화를 가져올 것인데, 한국 언론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 디지털 전환의 방향은 무엇인가.
“사실 명확한 해답은 없다. AI 수준이 올라와야 언론사도 구체적인 방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데,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중요한 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앞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전사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점이다. 'AI를 도입해 기사 효율성이나 수익을 높이자'는 생각을 넘어서, AI를 통해 언론사가 추구하는 뜻을 이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하지 않을까.”
- 한국 언론계가 변할 수 있을까.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언론사를 방문했는데, 우리도 해볼 만하겠다고 느꼈다. 유수 외신이 내놓는 AI 전략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 3월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담은 혁신보고서를 내자 한국 언론은 충격을 받고 부랴부랴 여러 변화를 시도하기 바빴다. 반면 AI 시대에 이르러서는 해외 언론에 크게 뒤처진 느낌까진 아니다. 무엇보다 언론사가 디지털을 대하는 자세가 많이 진지해졌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여러 성공과 실패가 있었지만, 언론계가 디지털에 대한 체력을 길렀다. 한국 언론도 AI 시대에 잘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 최근 언론사가 AI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콘텐츠를 공급하는 사례가 해외 언론뿐 아니라 국내 언론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경계해야 할 부분은 없나.
“AI 기업과 파트너십 체결을 끝이 아닌 시작으로 봐야 한다. 단순히 파트너십 맺고 끝내는 게 아니라, 그다음 언론사 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건 무엇인지에 대한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콘텐츠 공급 계약도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본다. 포털과 유사하다. 한국 언론이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면서 얻은 효과가 있지만, 포털에 종속됐다는 비판도 받지 않는가. AI도 마찬가지고, 오히려 더 부정적인 점도 있다.”
“포털에선 최소한 개별 기사로 소개되지만, AI는 기사를 개별적으로 노출하지 않는다. AI 기업이 콘텐츠의 가치를 얼마나 인정해줄지도 관건이다. AI 기업은 '언론사 기사를 학습했다'고 홍보할 것인데, 자칫 저널리즘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언론은 기사를 통해 독자에게 단순한 사실을 넘어 맥락을 전달해줬는데, AI가 이 정보를 임의로 재결합해 기사의 의미가 훼손될 수 있다. 언론사가 AI 기업과의 계약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이유다.”

▲이성철 한국일보 사장(왼쪽)과 유환구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장이 지난해 4월 한국일보 본사에서 '생성형 AI 활용 준칙' 조인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한국일보 제공

- 한국일보는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생성형 AI의 책임 있는 활용을 위한 '생성형 AI 활용 준칙'을 발표했다. 이 준칙은 한국일보에 어떤 의미가 있나.

“생성형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칙을 명문화했다. 일반적으로 기자들에게 생성형 AI 활용을 독려하려고 구독료를 지원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나중에 컨트롤이 안 될 수도 있다. 뒤늦게 문제를 바로잡을 수 없으니 원칙을 우선적으로 세웠다. 한국일보 준칙은 세부적인 내용까진 담고 있지 않은데, 기술 발전 등 상황을 보고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준칙 발표 후 1년 이상 지났는데, 변화가 있나.
“아직 AI가 뉴스 생산 과정에 침투한 사례가 없으니 큰 변화가 나오긴 힘든 상황이다. 다만 회사 운영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 AI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때 준칙이라는 대원칙이 있기에 기준을 명확히 세울 수 있다. 언론업계에서 누구보다 AI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경영진과 구성원 또한 AI 활용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크다.”
- 지난해 4월 한국일보 데이터를 학습한 생성형 AI 하이(H.AI)를 만들었다. 글 요약, 이미지 생성 등 기사 작성 과정에 도움을 주는 AI 서비스로 알고 있다. 내부 반응은 어떤가.
“취재 과정에서 해야 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AI에 맡기기 위한 서비스다. 보통 유사한 내용의 기사를 관련기사로 묶어 소개하는데, 하이를 통해 자동으로 관련기사를 선별할 수 있고, 기사에 들어갈 사진을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중요한 건 한국일보 기사를 학습시킨 챗봇이다. 출입처 변경 시 새로운 출입처에 대한 한국일보 기사를 요약해 볼 수 있고, 특정 사건에 대한 과거 법원 판결도 한국일보 기사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기자들이 구글 등 포털에서 관련 내용을 검색할 땐 진위 여부를 매번 판단해야 하지만, 하이는 한국일보 기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에 큰 의심을 할 필요가 없다. 한국일보 기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이 있다. 물론 아직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점차 고도화할 계획이다.”

▲한국일보 하이에서 명령어를 입력해 사진을 생성하는 모습. 사진=한국일보 제공

- 최근 한국일보에서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가로세로 낱말퍼즐, 초성게임을 출시했다.

“퍼즐 문제를 생성형 AI가 만들게 된다. 회사의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토의해 만든 프로젝트가 회사의 정식 제품이 된 케이스다. 자발적으로 AI를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게 실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기사 열독률과도 연관이 있다. 답을 모르겠으면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독자들의 열독률이 높은 편이다. 독자들이 한국일보 기사를 접할 새로운 통로가 생긴 것이다.”
- 전 직장인 한경닷컴에서도 뉴스래빗, 알고 등 여러 디지털 시도를 했는데 계기가 있나.
“기자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2017년 당시 데이터 저널리즘이 유행했는데 언론계에선 '전문인력이 없으면 제대로 구현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론사 디지털 전환을 위해선 취재와 디지털 기술을 별도로 보는 게 아니라, 하나로 융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물을 보고 다른 기자들도 '나도 해볼만 하다'라고 생각하길 바랐다.”
- 그래서 결과는.
“데이터 활용에 대한 공감대가 회사 내부에 생겼다. 내부 CMS(콘텐츠 관리 시스템. 언론사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스템)에 통계청이나 한국은행 등 데이터를 바로 검색할 수 있게 만들었고, 이 데이터를 손쉽게 시각화할 수 있게 했다. 이전 회사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것인데, 성과라고 생각한다.”

▲강종구 한국일보 AI&데이터팀장이 지난달 3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재령 기자

- 한국일보 이직 후 기사 쓰는 기자에서 '디지털 전략 수립'으로 역할을 바꿨다. 취재 현장이 그리운 적은 없는가.

“아직은(웃음). 언론사 디지털 전환을 위해 회사를 바꾸고 구성원들의 인식을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콘텐츠 생산에 매진하다 보면 이런 생각에 소홀해질 수 있다. 기사가 주는 효과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업계를 넓은 시각에서 보고 싶었다. 그래서 업종을 전환한 것이고, 만족한다. 기자 때는 '우리 회사는 왜 이래'라고 생각만 했다면, 이젠 회사가 왜 그렇게 하는지 알 수 있게 됐다. 예전엔 회사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면, 이젠 그 불만을 조금 다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 기자들은 어떤 마음을 갖고 AI에 마주 서야 할까.
“디지털은 더 이상 남 이야기가 아니다. 뉴스 유통 및 소비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나의 역할과 추구하는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고민해줬으면 한다. 그래야 기자들의 가치가 절하되지 않는다. 원래 하던 대로만 한다면, 기자들은 '토큰'(AI가 텍스트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본적인 글자 조각) 생산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언론사 조직의 역할도 중요하다. '하던 일 다하고, 그다음 고민하라'는 인식이 디지털 저널리즘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기자 개인이 디지털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강종구 팀장은 9월3~4일 이틀 동안 진행되는 2025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AI X 미디어: 다시 쓰는 콘텐츠, 조직, 비즈니스의 미래'에 출연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 편집자주)
2025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AI X 미디어: 다시 쓰는 콘텐츠, 조직, 비즈니스의 미래' → https://www.mediafuture.kr/

▲ 2025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AI X 미디어: 다시 쓰는 콘텐츠, 조직, 비즈니스의 미래'

▲2025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AI X 미디어: 다시 쓰는 콘텐츠, 조직, 비즈니스의 미래' 프로그램. 클릭하시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