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전남 곡성군 보건의료원에서 소아과 전문의 최용준씨가 한 아이의 입에 펜라이트를 비춰 보며 진료를 하고 있다. 최씨는 1960년 소아과 전문의 제도가 생긴 이래 곡성에 상주하는 첫 소아과 전문의다./김영근 기자


“아이 한 명을 키우는 일은 온 마을이 함께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동네 삼촌으로 아이를 함께 키우려고 왔습니다.”
2일 오전 9시 전남 곡성군 보건의료원. 짙은 파란색 진료복을 입은 소아과 전문의 최용준(42)씨가 첫 환자 장우성(10)군과 동생 장윤성(6)군을 진료하기 전에 한 말이다. 최씨는 감기 때문에 숨을 크게 들이쉬지 못하는 형제의 손에 알록달록한 바람개비를 쥐여줬다. “긴장한 아이들도 바람개비를 후후 불다주식거래하는방법
보면 호흡을 크게 할 수 있고, 의사도 폐 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거든요.” 최씨의 요령 덕분에 장씨 형제가 환한 미소로 진료실을 떠났다.
정식 소아과가 단 한 곳도 없던 곡성군에 드디어 매일 진료하는 소아과가 생겼다. 매주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최씨는 1960년 소아과 전문의 제도가 생긴 이래 곡성에 붙박이로동원개발 주식
있는 첫 소아과 전문의다. 이날 진료를 시작했다. 보건의료원 입구엔 ‘매일 만나는 소아과’ 현판이 붙었다.
개원 1시간 만에 다섯 아이가 감기약과 안약, 유산균을 처방받아 갔다. 장씨 형제의 아버지 장경춘(48)씨는 “애들이 열이라도 나면 새벽 5시 반에 집을 나서서 광주광역시까지 달려갔는데, 드디어 소아과가 생겼다”며 “일찍 진료를 보일진전기 주식
고 출근할 수 있어서 마음이 가볍다”고 했다.
최씨는 근무 하루 전인 1일 본지 인터뷰에서 “간단한 처치만 하면 금세 뛰어놀 수 있는 아이들이 1~2시간 걸려 인근 도시까지 나가야 한다는 게 안타까워 ‘곡성 군민’이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구 사람’ 최씨가 곡성행(行)을 결심한 이유는 하나였다. “작은 시골 도시에 사는 엄마들도 맘 오션파라다이스 온라인
편히 아이를 낳고 살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대구에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최씨는 2010년 인하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소아과를 전공했다. 2021년 ‘국경 없는 의사회’ 소속으로 남수단에 파견돼 6개월간 봉사했다. 귀국 후엔 경기도의료원 산하 공공 병원인 안성병원으로 향했다. “코로나가 심각한 때였다. 의사로황금성게임설명
서 어떻게든 힘을 보태야 한다는 생각에 응급 의료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전남 곡성군보건의료원 소아과 의사 최용준씨가 2일 오전 진료를 하고 있다. 곡성군은 소아과 의사가 상주하는 '매일 만나는 소아과'를 개원했다./김영근 기자


지난해 우연히 뉴스에서 ‘곡성에 소아과 의사가 없어 군청과 곡성 출신들이 십시일반해 비용을 마련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소아과 전문의인데, 혹시 제가 도울 수 있을까요?” 작년 10월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 곡성군 보건소 전화번호를 찾았고,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최씨는 “남수단에서 근무할 때 한국에선 코로나가 한창이었다”며 “의사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부채 의식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며 머쓱해했다.
곡성은 주변 가장 큰 도시인 광주광역시와 60km가량 떨어져 있다. 광주를 다녀오려면 왕복 2시간쯤 걸린다. 작년부터 ‘출장 소아과’가 생겼지만, 화·금요일에만 문을 열어 한계가 있었다. 이에 곡성군은 작년 7월 행정안전부의 ‘고향 사랑 기부제’를 통해 소아과 의사 월급을 마련하는 기부금을 받기 시작했다. 김하나 곡성군 고향사랑팀장은 “원래 연말까지 모금해 내년에나 소아과 선생님을 모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작년 12월에 순식간에 기부금이 다 모였다”며 “전 국민의 온정과 최 선생님의 사명감이 더해져 변변한 소아과 하나 없던 곡성에 ‘기적’이 찾아온 것 같다”고 했다.
미혼인 최씨는 본격적으로 진료를 보기 위해 지난달 30일 보건의료원에서 약 2㎞ 떨어진 오곡면에 홀로 지낼 집을 구했다. 그는 “연고 없는 지역에서 일한 게 처음도 아니라 크게 낯설지는 않다”며 “조용하고 아담한 곡성이 참 마음에 든다”고 했다. 곡성군에 전입신고도 마쳤다.
“애들은 원래 울어요. 우는 아이를 달래가면서 천천히 진료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최씨는 “도시의 큰 병원에서는 수익 때문에 소아과 의사도 진료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데, 소아과는 그러면 안 된다는 게 소신”이라며 “긴 시간 아이들과 소통하며 천천히 진료하고 싶은 개인적 욕심도 있다”고 했다. 최씨는 이날도 우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가며 1인당 최소 10분씩 진료했다.
‘곡성의 슈바이처 아니냐’는 말에 최씨는 손을 저었다. “그저 곡성에 있는 동안 주민들의 가까운 이웃, 아이들의 친한 삼촌으로 지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언젠가는 다시 해외로 나가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