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11-0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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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흥빈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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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모여 앉아 각자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는 광경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시대다. 같은 식탁에 앉아 있지만 엄마는 인스타그램, 아빠는 유튜브 게임 방송, 아이는 틱톡 속 번쩍이는 쇼트폼(짧은 동영상)을 멍하니 들여다보며 밥을 먹는다. 식구(食口)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동기화’가 절실하다. 알고리즘에 갇혀 다른 행성처럼 멀어진 아이와 양육자의 세계를 조금은 포개어 줄 공통의 콘텐츠가 귀하다.
‘순이야 놀자!’는 이 역할을 해줄 만한 만화책이다. ‘1990년 무화과나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1990년 초등학교 6학년 순이와 친구들의 1년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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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머릿니 소동, 가을 운동회를 수놓았던 소녀들의 부채춤, 학교 앞 치명적인 핫도그 가게, 무심히 행해졌던 체벌까지…. 잊고 살았던 그 시절의 소소한 일상이 작가 정구지의 손끝에서 단순하지만 정교하게 복원됐다. 작가는 오직 검은 선과 흰 여백만을 활용해 그때의 냄새를 불러온다.
주인공 순이는 언니 둘과 남동생 사이에 낀 셋째. 새 릴게임놀이터
학기 첫날 가장 먼저 등교하겠다고 새벽같이 집을 나설 만큼 학교생활을 즐거워하고, 머리 감기와 양치를 귀찮아하는 그 시절 보통의 소녀다. 어쩌다 이어달리기 주자로 뽑혀 부담감에 잠을 설치던 순이는 화장실로 달려갈 때 가장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 착안해 운동회 날까지 큰일을 참을 정도로 엉뚱하다. 순이와 친구들은 함께 ‘한의원 놀이’를 할 때도, ‘핫도그 한 한솔인티큐브 주식
입만’을 외치는 친구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때도 동네의 ‘핫플’ 무화과나무를 찾는다. 공부 잘하는 언니와, 아직 어린 남동생에게 위아래로 치여 고달플 때도 무화과 나무 아래서 웅크린다. 형체 없는 가상의 장소가 아니라, 뚜렷이 존재하는 나무 아래에서 순이는 자란다.
책에는 보물찾기, 운동회 같은 달콤한 이벤트뿐 아니라, 교장 선생님의 화풀60일선
이성 체벌로 상처받은 일화도 등장한다. 엄마에게 선물 받은 순이의 보물 땡땡이 우산. “우산 접어”라는 지시를 듣지 못하고 조잘거리던 순이의 눈앞에서, 교장은 땡땡이 우산을 짓밟고 내동댕이친다. 억울함에 고개를 떨군 순이에게 우산 수리 아저씨는 말한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부모님이나 믿을 만한 어른에게 도움을 꼭 청해야 한다. (…) 중요한 건,메디프론 주식
자신을 괴로운 상태로 내버려두지 않는 거다.”
1990년대 배경이 양육자에겐 향수를, 자녀에게는 새로움을 자아낸다. “엄마 어릴 땐 저런(체벌) 일이 잦았어?” “친구랑 뭐 하고 놀았어?” “학원은 안 다녔어?” 견고한 알고리즘의 벽에 실금을 낼 아이의 질문들이 재잘재잘 이어질 것 같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