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8-3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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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반째 지속되는 가운데 물밑에서는 벌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대신할 후임자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필적할 만한 인사로 국내외적 신뢰도와 인지도를 갖춘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발레리 잘루지니 주영국 대사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영국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올해 2월 미 백악관에서 벌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개 충돌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 내부는 물론 미국 마이크레 에서도 잘루지니와의 접촉이 잦아졌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도자로서) 적임자로 보고 정치 캠페인을 시작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젤렌스키 다음으로 유명한 사람은 잘루지니"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JD 밴스 부통령이 지난 3월 이후 잘루지니와 접촉하기 위해 다양한 외교 채널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 스파크s 리콜 졌다. 잘루지니 측에서 거절하면서 밴스 부통령과의 통화는 불발됐지만, 당시 공화당에서 "젤렌스키와는 협력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왔던 시점이어서 미 행정부가 '대체자'를 찾고 있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영국에서도 잘루지니 대사를 특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잘루지니 부부가 영국 런던에서 연극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는데, 당 차량할부계산 시 왕실 인사가 방문한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이례적인 수준의 보안 검색이 시행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현재도 런던에 위치한 그의 자택에는 우크라이나 국회의원부터 시민사회 활동가, 기업 대표,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전 자문위원들까지 드나들며 정치 참여를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어촌어항협회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발레리 잘루지니(오른쪽) 총사령관이 2023년 7월 드니프로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드니프로(우크라이나)=로이터 연합뉴스

잘루지니가 정치권에서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전쟁 초기 당시 우크라이나가 승기를 잡는 데 그의 역할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종류 . 전쟁 직전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판을 거듭해 전쟁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당시 군 지휘관이었던 잘루지니와 자주 의견이 부딪쳤다. 실제 군인 징집 문제와 관련해 잘루지니는 전황을 고려해 최대 50만 명 규모의 징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런 대규모 동원은 어렵다며 거부했다.
이후 전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잘루지니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옳았고, 이런 과정들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그를 '전쟁 영웅'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가디언은 "잘루지니는 마치 건드릴 수 없는 신화적 지위를 구축하는 듯해 보였고, 이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을 불안에 떨게 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2월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지니를 런던으로 보낸 것도 이 같은 불안감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쟁 중인 국가에서 존경받던 군 총사령관을 해임한 것이기 때문이다. 잘루지니는 대사 부임 이후로도 여러 군 지휘관과 연락하며 전장 상황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잘루지니는 현재까지 정치 참여와 관련해 어떠한 발언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인 그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상황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며 거의 모든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법적, 기술적으로 선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국민 모두 조만간 정치가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잘루지니는 젤렌스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유일한 후보"라고 지적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