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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를 정치적으로 흔들지 말라
| 2015·05·08 20:47 | HIT : 1,001 | VOTE : 171
영화진흥위원회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지원되는 예산을 지난해 14억6000만원에서 올해는 8억원으로 절반 가까이나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영화제 전체의 지원금 예산이 특별히 줄어든 것도 아닌데 갑자기 거의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등 다른 다섯 개의 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은 모두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과 매우 대비된다. 영진위 측은 총지원예산이 특정 영화제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궁색한 변명으로 보인다. 그동안 지원금을 1억~2억원 증감할 때도 여러 차례의 조정단계와 협의를 거쳤는데 이번에는 어떤 자료를 근거로 평가했는지 그 기준과 내용도 명확히 제시하지 않으면서 대폭 삭감한 것은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 문제로 부산영화제와 부산시가 마찰을 빚은 뒤로 부산시와 감사원이 잇따라 부산영화제를 '표적'으로 강도 높은 '감사'를 벌였고, 서병수 부산시장이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전방위적인 영화제 압박이 이어져 온 터라 이번에도 '괘씸죄'로 취한 보복성 예산이라는 논란을 빚게 된다.

지난 2월 영진위에서 등급분류면제추천 제도 개정을 추진했을 때도 영화제 외부에서 상영작을 사전 검열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번엔 영진위가 국고 성격의 영화제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통보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영화제에 탄압을 가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예산삭감을 통해 부산영화제를 손보는 동시에 다른 영화제에도 본보기로 삼아 경고하는 셈이다.

부산영화제가 20주년을 맞는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로 성장했다. 스크린 쿼터제 논란에서도 경험했듯이 영화가 국제사회의 문화와 산업 분야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 정부는 문화와 예술을 진흥하기 위해 진력을 바쳐야 할 터에 오히려 자생적으로 발전해 온 영화제를 옥죄는 일은 어불성설이다. 문화예술은 외압으로 쉽게 길들일 수도 없는 것임을 알고 비합리적-반문화적 태도를 바꿔야 한다. 문화와 예술은 그 자체에 비판 기능도 있다. 다양한 문제의식과 저마다의 창의력으로 제작된 수많은 영화들 가운데 어느 일부가 눈에 거슬린다고 적대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문화국가의 정치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고 하여 불편한 점이 있을 때마다 간섭하거나 탄압한다면 나라의 문화를 고사시키는 길이며 정치의 본 사명을 저버리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제 지원 예산을 당장 제자리로 돌리기 바란다. 정부와 부산시는 한국의 영화계가 더욱 발전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보강하며 응원하기 바란다.